– 약은 녹아야 효과를 냅니다
제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집요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용해도입니다.
“잘 녹는 약”, “안 녹는 약”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정작 용해도가 무엇이고
왜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다뤄지는지는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용해도의 정확한 의미부터
제제학에서 용해도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개선하려 하는지까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용해도란 무엇일까요? (약전식 정의)
약전에서 정의하는 용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정한 온도에서, 포화 상태의 용액 100 mL 안에 녹아 있는 용질의 g 수
즉,
“얼마나 빨리 녹느냐”가 아니라
👉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이 녹을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이 점이
용출 속도와 용해도를 헷갈리기 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포화용액과 평형용해도 개념
용해도는
포화용액이라는 개념과 항상 함께 다뤄집니다.
- 용질을 계속 넣다 보면
- 어느 순간 더 이상 녹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 이때의 농도가 바로 평형용해도입니다
평형용해도는
용해와 석출이 동시에 일어나며
서로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측정됩니다.
제제학에서는
이 평형용해도 값이
약물의 기본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왜 제제학에서는 용해도를 그렇게 중요하게 볼까요?
경구 투여 의약품을 기준으로 보면
약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다음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 고체 약물이 위장관에서 녹고
- 녹은 약물이 장벽을 통과해
- 혈액으로 흡수됩니다
이 흐름에서
용해도는 가장 앞단에 위치한 관문입니다.
아무리 흡수가 잘 되는 약이라도
녹지 않으면 흡수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제학에서는
“흡수 이전의 문제”로
용해도를 가장 먼저 다룹니다.
난용성 약물이 많은 이유
현대 신약 후보물질의 상당수는
지용성이 강하고,
물에는 잘 녹지 않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 타깃 단백질과 잘 결합하려면
- 어느 정도 지질 친화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효과는 좋은데, 용해도가 낮은 약물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용해도 개선 전략은
현대 제제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용해도를 올리는 대표적인 전략들
이제 본격적으로
용해도를 어떻게 개선하는지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염 형성 (Salt formation)
염 형성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이온화 가능한 약물의 경우
산이나 염기와 반응시켜
염 형태로 만들면
용해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 염 형태 → 이온화 ↑
- 이온화 ↑ → 수용성 ↑
하지만 모든 약물이
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염 선택에 따라
안정성이나 흡습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2️⃣ 에스터화 등 화학적 변형
약물 구조를
약간 변형해
용해도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에스터화입니다.
- 친수성 작용기 도입
- 체내에서 다시 원래 약물로 전환
이 방식은
일종의 프로드럭 전략으로도 이어집니다.
다만
화학 구조를 바꾸는 만큼
개발 난이도는 높아집니다.
3️⃣ 미세화(micronization)
미세화는
입자 크기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입자가 작아지면
- 표면적이 증가하고
- 용출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방법은
“용해도 자체를 바꾼다기보다는
용해가 일어나는 속도를 개선”하는 데 가깝습니다.
그래서
난용성 약물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4️⃣ 용해보조제(solubilizer)
용해보조제는
약물이 물에 더 잘 녹도록
주변 환경을 바꿔주는 물질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계면활성제입니다.
- 미셀 형성
- 소수성 약물 포획
이를 통해
겉보기 용해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계면활성제 사용 시에는
독성이나 자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5️⃣ pH 조절
약물이
산성인지, 염기성인지에 따라
용해도는 pH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 이온화되는 pH 영역 → 용해도 증가
- 비이온화 상태 → 용해도 감소
그래서 제제학에서는
pH–용해도 곡선을 통해
어느 환경에서 잘 녹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이 정보는
제형뿐 아니라
투여 경로 선택에도 영향을 줍니다.
6️⃣ 고체분산체(solid dispersion)
고체분산체는
약물을 고분자 매트릭스 안에
분산시킨 형태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약물이 무정형 상태로 존재
- 재결정화 억제
- 용출 및 용해도 개선
최근에는
난용성 약물에서
아주 활발히 사용되는 전략입니다.
7️⃣ 사이클로덱스트린 복합체
Cyclodextrin은
속이 빈 고리 구조를 가진 물질입니다.
- 소수성 약물은 내부에 포획되고
- 외부는 친수성이라
- 전체적으로 수용성이 증가합니다
이 방법은
약물 구조를 바꾸지 않고
용해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사용 가능한 양이나
비용 문제는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용해도 개선은 항상 장점만 있을까요?
여기서 꼭 짚고 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 용해도를 올린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 너무 빠른 용출 → 자극성 증가
- 안정성 저하
- 제형 제조 난이도 증가
그래서 용해도 개선은
항상 효과·안정성·제조성의 균형 속에서
결정됩니다.
Day 38 핵심 정리입니다
- 용해도는 포화용액 100 mL에 녹는 g 수입니다
- 평형용해도는 약물의 기본 성격을 보여줍니다
- 용해도는 흡수의 출발점입니다
- 염 형성, 미세화, pH 조절, 고체분산체 등 다양한 전략이 있습니다
- 용해도 개선은 항상 트레이드오프를 동반합니다
글을 마치며
제제학에서 용해도는
단순한 물성값이 아닙니다.
약이 몸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용해도를 이해하면
왜 제형 개발이
그렇게 많은 전략과 고민을 필요로 하는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 용출(dissolution) 개념을 중심으로
👉 용해도와 용출이 어떻게 다른지,
👉 왜 시험에서 용출을 그렇게 중요하게 보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ssub0w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