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는 것과 흡수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용출까지 왔습니다.
정제가 붕해되고, 입자가 분산되고, 약물이 용액 속으로 녹아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녹았다고 해서, 바로 흡수되는 걸까?”
답은 아닙니다입니다.
약이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녹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생체막을 통과해야 합니다.
오늘은 바로 그 단계,
**분배계수(Partition coefficient)**와 **막투과(permeation)**를
제제학 관점에서 깊이 있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분배계수란 무엇일까요?
분배계수는
약물이 지질과 물 사이에서 얼마나 잘 나뉘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보통은
n-octanol / water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왜 하필 옥탄올일까요?
옥탄올은
생체막(지질 이중층)과 성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지질 친화성”을 간접적으로 보기 좋은 물질입니다.
분배계수(P)의 의미
분배계수 P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P = (옥탄올층에서의 농도) / (물층에서의 농도)
- P가 크면 → 지질에 잘 녹는 약
- P가 작으면 → 물에 잘 녹는 약
이 값을 보통 log P로 표현합니다.
설탕 vs 기름 비유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컵에 물과 기름을 넣고
색소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해봅시다.
- 설탕 같은 물질 → 물층에 머뭅니다 (친수성)
- 기름 같은 물질 → 기름층으로 갑니다 (지용성)
약물도 마찬가지입니다.
- log P가 너무 낮으면 → 막을 통과하기 어렵고
- log P가 너무 높으면 → 물에 안 녹아 흡수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중간 정도의 지용성이
막투과에 가장 유리합니다.
2️⃣ 그런데 P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pKa 등장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이온화 상태입니다.
약물이 이온화되어 있으면
지질막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pKa입니다.
이온형 vs 비이온형
- 비이온형 (neutral form) → 지질막 통과에 유리
- 이온형 (charged form) → 막 통과에 불리
그리고 이온화 여부는
pH와 pKa의 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분배계수(P) + pKa + 체내 pH
이 세 가지가 함께 작용해 막투과를 결정합니다.
3️⃣ 막투과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막투과는
녹아 있는 약물 분자가
세포막을 통과하는 과정입니다.
생체막은 기본적으로
지질 이중층(lipid bilayer)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 소수성 내부
- 친수성 외부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약물이 통과하려면
어느 정도 지질 친화성이 필요합니다.
4️⃣ 막투과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① 수동 확산 (Passive diffusion)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 농도 차이에 의해
- 에너지 소비 없이
- 높은 농도 → 낮은 농도로 이동
이 경우
분배계수와 비이온형 비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② 촉진 확산 / 능동 수송
- 특정 수송체를 통해 이동
- 에너지 사용 가능
하지만 제제학 초기 단계에서는
대부분 수동 확산을 기본 모델로 생각합니다.
5️⃣ 흡수 실험 모델은 왜 필요할까요?
실제 사람에게 시험하기 전에
막투과성을 예측해야 합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실험들이 있습니다.
✔ Everted intestinal sac
- 동물 장을 뒤집어 사용
- 장 점막을 통과하는 정도 확인
실제 장 환경과 유사한 모델입니다.
✔ Caco-2 세포 모델
- 사람 장 상피세포와 유사한 세포
- 투과성 예측에 널리 사용
약물의 흡수 가능성을
시험관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PAMPA
- 인공 지질막 사용
- 수동 확산 능력만 평가
간단하지만
능동 수송은 반영하지 못합니다.
6️⃣ 분배계수와 용해도의 균형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지용성이 높으면 막은 잘 통과하지만,
물에 안 녹으면 어떻게 될까?”
즉,
- 지용성 ↑ → 막투과 ↑
- 그러나 용해도 ↓ → 용출 ↓
이 균형이 깨지면
흡수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 설계에서는
항상 용해도와 지용성의 균형을 고민합니다.
7️⃣ BCS와 연결해보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BCS 분류를 다시 떠올려보면,
- Class I: 고용해도, 고투과성
- Class II: 저용해도, 고투과성
- Class III: 고용해도, 저투과성
- Class IV: 저용해도, 저투과성
이 분류는
바로 용해도 + 막투과성의 조합입니다.
즉,
분배계수와 용출 특성은
흡수 예측의 핵심 변수입니다.
Day 41 핵심 정리
- 분배계수는 지질과 물 사이의 분포 비율입니다.
- 막투과는 비이온형 상태에서 유리합니다.
- pKa와 pH는 이온화 비율을 결정합니다.
- 용해도와 지용성은 항상 균형이 필요합니다.
- 막투과는 수동 확산이 기본 모델입니다.
글을 마치며
약이 녹는다고 해서
바로 혈액으로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용출은 첫 번째 관문이었다면,
막투과는 두 번째 관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관문은
항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제 체내로 들어간 약물이
어디로 퍼지는지,
분포(Distribution)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오늘도 천천히 읽어보셨다면,
“왜 제제학에서 log P와 pKa를 그렇게 강조하는지”
조금은 감이 잡히셨을 겁니다.
— ssub0w0